이때까지 이런 한식당은 없었다. 이것은 갤러리인가 한식당인가. ‘베를린 더 왓처’가 가는길

눈길을 사로잡는 빨간 고양이가 긴 테이블 위에 앉아있다. 그 크기가 너무 압도적이라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지나가는 이들은 우연히 이 고양이를 발견하고, 창가에 붙어 요리조리 그 고양이를 살펴본다. 카페의 인테리어로 생각하기엔 그 규모와 아우라가 꽤 무겁다. 이 공간을 꾸리고 있는 윤지은 작가의 작품이다. 또 다른 작품 ‘더 왓처(The Watcher)’는 문 위에 서서 지나가는 이들을 관찰한다. 강렬한 빛깔의 설치 작품이 인테리어 소품인 듯, 예술 작품인 듯 공간 곳곳에 숨어있다.

베를린 갤러리 한식당 ‘더 와쳐’에 전시된 윤지은 작가의 작품


베를린 플렌츨라우어베르크에 위치한 예술 카페 ‘더 왓처 베를린’은 한식당과 갤러리를 결합한 새로운 공간이다. 지금 베를린에서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 지극히 ‘상업적’인 한식당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그래서일까. 요식업 관련자들은 ‘말도 안되는 컨셉’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고 한다. 이 공간은 윤지은 작가가 운영하는 갤러리이자 카페, 그리고 한식당이다.

윤 작가는 독일 뮌스터에서 설치미술을 전공하고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활동했다. 개인적인 일들로 작가 생활에 ‘안식년’을 주고 싶었다. 프랑스 르 꼬르동 블루에서 파티세리 코스를 마쳤다. 시각적인 것에서 시작해서 오감의 만족을 주는 요리 또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로서 식당 한중간에 자신의 작품을 놓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마침 김나훔 일러스트 작가의 전시도 열린다고 해서 더 왓처를 방문했다.

더 왓처 베를린, 왜 열게 되었나요?

저는 작가이지만 요리하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작업으로만 살아갈 수 있는 작가들은 아주 극소수입니다. 많은 작가들이 두 가지, 세 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어요. 저도 작가로서의 삶을 고민하며, 스스로에게 안식년을 주려고 프랑스에서 요리를 배웠습니다. 이왕 배우는 거 제대로 배우자고 해서 파티세리 과정을 마무리했어요. 제 작품을 기본으로 두고,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이자 디저트를 파는 카페를 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독일에서 ‘케익 전문점’을 열려면 독일 직업훈련 및 몇 년간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식당’이면 또 가능하다고 해서 한식당으로 컨셉을 확장하게 되었습니다.

더 왓처 카페를 운영 중인 윤지은 작가


베를린을 선택한 이유는요?

저는 뮌스터, 뒤셀도르프 등 주로 독일 서쪽 지역에서 활동했습니다. 베를린은 2년 전에 거의 10년 만에 방문했어요. 그 전에 왔을 때보다 훨씬 달라졌더라고요. 도시가 주는 문화적 풍부함, 특히 와쳐가 있는 동베를린 지역의 분위기가 참 좋았습니다. 독일과 프랑스는 붙어있지만, 국경만 넘으면 분위기가 달라져요. 베를린에서는 파리의 골목에서 본 분위기가 나기도 했고요. 지금도 출근할 때면 일부러 도시를 돌아서 와요. 이 도시가 주는 문화 예술적인 분위기가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많은 손님들이 와서 먹는 공간에 작품을 놓는 것에 대한 불편함은 없었나요?

물론 있었지만, 그런 부분은 작가로서 많이 양보한 부분도 있어요. 그리고 전시라는 건 어디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학생으로 작업할 때는 정말 생각하지도 못했던 공간에서 전시를 많이 했습니다. 창고, 동네 상점 쇼윈도, 호텔 방 등 여러 프로젝트 공간에서 작품을 전시했죠. 그리고 갤러리에서 전시를 해도 사람들의 손이 닿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작품에 마무리를 잘 해 놓았기 때문에 관리만 잘 하면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갤러리와 식당 컨셉에 대해서 반대가 있었다고 들었어요.

네, 정말 ‘말도 안되는 컨셉’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요식업 하시는 분들이, 특히 경영자 마인드로 많이 조언해주셨죠. 전시 오프닝 같은 행사를 하게 되면 하루 장사를 못 하고, 그런 것들이 식당 손님 입장에서도, 식당 업주의 입장에서도 좋지 않다는 거죠. 그리고 지금 이 거리에서는 한국 그릴 고기를 팔아야 장사가 잘 될 텐데하는 말도 많이들 해주세요(웃음). 물론 지금 컨셉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메뉴입니다. 일단은 제 고집대로 하고 있는 중이에요. 기본적으로 제 작품을 함께 두고, 이벤트나 문화공간을 함께 꾸리는 예술 카페의 컨셉을 지켜나가고 싶습니다.

지금 전시하고 있는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요?

김나훔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입니다. 우연히 알게 된 작가님인데, 베를린에 1년간 있으면서 현지인들에게 오픈된 공간에서 전시회를 하고 싶다는 바람과 저희 와쳐의 이미지와도 잘 맞아서 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작품 두 점이 판매도 되었는데, 한 점은 식사를 하러 온 손님이 그림을 보다가 구입했답니다. 확실히 일반 갤러리보다는 더 많은 이들이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더 왓처에 전시된 김나훔 작가의 작품


갤러리로서는 어떤 공간이 되기를 바라시나요?

실제로 들어와서 작품만 보고 가시는 분들도 있고요, 한국 작가들의 작품만 전시하는지, 본인의 작품도 전시할 수 있는지 묻는 예술가들도 종종 있었습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독일인 예술가나 협업을 할 수도 있는데, 지금 당장은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먼저 소개하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다음 전시는 이대천 작가의 전시회가 열립니다. 이대천 작가는 보통 큰 작품을 그리고 갤러리 전시도 많이 하는 작가님인데, 이곳에서는 드로잉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가 열릴 예정입니다. 이처럼 다른 갤러리에서는 잘 시도하기 어려운 다양한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 시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음식을 다루는 것은 예술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이 공간 이름이 ‘더 왓처’입니다. 한국어로는 ‘관찰자’라고 하는데 이는 제 작품 이름이면서, 제 삶의 큰 화두이기도 합니다. 음식도 마찬가지예요. 음식도 시각적인 것에서 시작해서, 먹고 느끼고 오감으로 이어지잖아요. 감각적인 면에서는 예술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점도 있는데, 바로 요리는 피드백이 바로바로 온다는 점입니다. 예술 작품은 사실 조금 힘들기도 해요. 혼자만의 시간을 오랫동안 보내야 하고, 피드백이 느리고 아예 없을 때도 있죠. 음식은 좋든 나쁘든 피드백이 바로 오고, 또 바로 먹어서 없어지잖아요. 저 같은 설치미술가는 설치 작품의 보관과 이동이 가끔은 매우 큰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좋은 피드백을 받으면서 바로바로 없어지는 게 요리의 또 다른 매력인 것 같아요.

더 왓처는 윤지은 작가의 설치 작품을 놓아야 해서 공간이 더 높고 더 넓다. 먹는 곳과 살짝 분리된 공간은 또 다른 이벤트나 전시, 작은 공연을 하기에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갤러리 옆에 붙은 카페는 본 적이 있지만 이처럼 본격(?) 갤러리 식당은 베를린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형태다. 많은 신진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또 한식도 먹고 가는 곳. 오감이 만족스러운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The Watcher Berlin
Prenzlauer Allee 208, 10405 Berlin

더 왓처 인스타그램
더 왓처 페이스북


+ 본 기사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 게재된 기사를 옮긴 것입니다.
+ 본 기사는 광고기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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