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딩은 더이상 지저분한 동네가 아니다. '달토끼'가 있는 동네다

일주일에 딱 두 번, 점심시간 딱 3시간,
메뉴는 딱 한 가지, 그리고 채식. 

베를린 베딩 지역에서 최근 가장 힙한 먹거리 공간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식당 이름은 ‘달토끼(Daltokki)’, 컨셉은 ‘집밥’이다.

베를린 베딩 지역에 있는 채식 한식당 ‘달토끼’ @이유진

달토끼에는 메뉴판도 없고, 주문을 할 필요도 없다.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면, 음식이 나온다. 음식은 정갈한 한 상이다. 옥수수 차로 입을 적시고 나면 국과 메인 요리, 샐러드가 나오고, 마지막은 늘 과일로 마무리된다.

한식이라고 하면 보통 불고기와 삼겹살 등 특히 고기 중심의 요리를 많이 생각하게 된다. 독일과 베를린 내에서도 그런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한국식 치킨까지 더해져 ‘한국요리=고기류’라는 이미지가 더욱 커지고 있다. 베를린에서 한식이 힙해지고는 있다지만 채식이라는 독일의 큰 트렌드와는 떨어져 있던 것이 사실이다.

베를린 베딩 지역을 새롭게 만들고 있는 작은 식당 ‘달토끼’ @이유진

달토끼는 그런 편견을 깨 주는 곳이다. 이곳에서 나오는 점심 메뉴를 보고 있으면 채식 한식의 가능성이 이렇게나 다양한가 새삼 놀라게 된다. 비빔밥은 물론, 카레와 찌개, 국밥, 볶음밥, 잡채밥, 비빔국수 등 고기가 없는 한식의 깔끔하면서도 넉넉히 배부른 건강식을 맛볼 수 있다. 액젓을 쓰지 않은 조금 심심하지만 맛난 비건 김치도 있다. 

달토끼를 운영하는 건 독일에 1세대 유학생으로 온 부부다. 은퇴 이후 다시 이런 ‘젊은’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족이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채식 요리를 선택한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지향했기 때문이다. 채식을 하는 이들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 하지만 고기를 먹는 이들은 채식도 먹을 수 있다. 단순하지만 명확한 이유다. 모두를 위한 음식!

달토끼의 한 끼. 페이스북으로도 매번 그날의 점심 메뉴가 공개된다. @daltokkiberlin

베딩은 ‘지저분하고 위험한’ 동네로 유명하다. 서독 시절부터 가난한 노동자와 이민자들이 모여 살았던 곳으로 여전히 분위기는 우중충하다. 힙하고 젊은 식당과 바가 모인 곳과는 거리가 있는 곳이다. 

그래서일까. 입소문을 타고 동네 구석구석 숨어있던 사람들이 모두 달토끼로 모이고 있다. 베딩 주변에 있는 아뜰리에와 스튜디오에 있는 예술가들과 젊은 청년들이 구내식당에 오듯 달토끼로 온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클럽인 베르크하인의 DJ도 달토끼 단골손님 중의 한 명이다.

이 공간의 원래 주인은 가구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현지 예술가다. 달토끼를 운영하는 가족의 오랜 친구라고 한다. 달토끼가 인기가 높아지면서 수요일과 목요일은 일본 친구들에게 공간을 내줬다. 일본 점심도 메뉴는 하나다. 그렇게 월, 화요일은 한식, 수, 목요일은 일식 점심 식사를 제공하는 컨셉이 마련됐다. 가구 디자이너가 구글 번역기로 돌린 어색한 한국어가 붙은 작은 간판이 이곳을 더욱 즐거운 공간으로 만든다.

최근 독일 최대 요식 전문 주간지에도 달토끼가 소개됐다. @ Ess press

입소문을 타고 베딩의 지역 미디어에도 소개가 됐다. ‘베딩가이드(Weddingweiser)’는 ‘현대적이고 밝은 이 공간은 코워킹 스페이스 같은 분위기를 낸다’며 ‘터키 마켓과 카지노, 미용실이 몰려있는 이 동네의 한중간이 이런 공간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 계속 이어지기를, 우리는 계속해서 많은 진짜 음식들을 먹어보고 싶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독일에서 가장 큰 요식 주간지 《Ess Press》의 1면 머리기사로 올라 큰 주목을 받았다. 《Ess Press》는 ‘베딩은 혁신적인 레스토랑 컨셉으로 유명한 곳은 아니다. 이 낡은 공간에 아무도 모르게 팝업 스토어가 세워졌다’며 달토끼를 소개했다. 달토끼의 스토리를 자세히 소개하고 ‘8유로에 정말 좋고 건강한 한 끼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달토끼는 어디까지 유명해질 수 있을까. 나만 알고 싶은 밥집인데, 조만간 많은 이들의 발길에 달토끼가 본연의 분위기를 잃는 것은 아닐까 괜한 걱정이 앞선다. 일단 월화 점심은 달토끼에서 해결하기로 한다.

* 참고자료
http://www.esspress.eu/index_1902_titelthema.html?fbclid=IwAR0q1I97YzLZOyptCldhI6MDTyYIBC0119dPIEdH1fmnLBuDoBIVblJdOuQ
https://weddingweiser.de/2018/11/09/koreanischer-oder-japanischer-mittagstisch-im-wechsel/

*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재단에도 함께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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